'토요에츠'를 매개로 친분을 쌓은 K양이 지난주 한국에 놀러 왔었다. K양의 중국인 친구로부터 그닥 별 볼 일 없는 내 블로그를 소개받아 메일을 보낸 뒤부터 꾸준히 메일과 미소년 채팅으로 점점 친해지게 된 그녀는 나와 동갑인데다 공통 관심사(토요에츠)가 있다 보니 국적을 초월해 알토란같은 친분을 쌓게 되었다. 메신저에서 만날 때마다 늘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이야기꽃을 피웠던....ㄷㄷㄷㄷ 그러면서 우리의 원대한 계획은 언젠가 직접 만나서 밤새도록 토요에츠를 보는 그야말로 덕질의 최고봉인 '토요에츠 나이트'를 하자는 것이었는데... 비록 계획은 세웠지만 과연 그날이 언제가 될런지는 알 수 없었고 딱히 정하지도 않았었다.
그러던 중, 추진력 짱인 K양이 한국에 놀러 온다는 말을 꺼냈고 그 순간부터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착착 진행되었던 듯. 사실 K양이 한국에 오기 전까지 난 긴장을 촘 했더랬다. 일본어는 3년 전 기초 3개월 과정과 멋모르고 원어민 선생님의 프리토킹 수업을 한 달 반 정도 듣다가 나의 빈약한 어휘와 허접한 문법실력이 점점 뽀록날 때쯤 흥미를 잃고 그만둔 뒤부터는 전혀 공부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시망수준인 듣기와 읽기도 걱정이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스피킹이었다. 때문에 중국 유학 경험이 있어 중국어도 능숙한 K양인지라 통역을 부탁하기 위해서 중국에 거주하다 잠시 한국에 놀러 나온 친구 2명을 초빙하는 센스를 초큼 발휘하기도 했다. 하핫;;
여튼 생긴 것과 다르게 낯가림이 빙신같이 심한 나였지만 친구도 있고, 일본어에 대한 부담도 어느 정도 해소되어서였는지 K양과의 첫 만남이 의외로 어색하지 않았다. 글고 무엇보다 나의 시제/문법 엉망인 그저 단어 조합 일본어를 셀프 해석해서 이해해주고 잘한다고(어딜 봐서;;;) 칭찬까지 해준 K양에게 너무 고마웠다. 비록 내가 못 알아들으면 답답한 눈빛으로 중국어를 잘하는 친구1에게 구원요청을 하긴 했지만...^^;; (친구2는 리스닝은 되지만 스피킹은 내 일본어 레벨과 비슷해서 K양에게 초큼 지적을 받고 잠시 의기소침해지기도...히히)
친구들과 헤어지고 K양의 숙소이자 '토요에츠 나이트'를 했던 모텔(이지만 정식 명칭은 호텔이었음)로 고고씽해서 42인치 TV로 토요에츠를 마음껏 감상했다. 화면은 '17년째의 아빠에게'의 한 장면. 나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우리들의 시대'를 다 보고 '사랑의 유형지' 특전영상을 봤는데... 틀자마자 테라지마 시노부와의 러브씬이 마구 튀어나오는 바람에 질투에 눈이 먼 나는 차마 볼 수가 없었다. ㅠㅠ 게닥 테라지마 시노부 마지막 촬영 날 둘이 막 손잡고 아놔.... 맨정신에 내가 그걸 어떻게 보겠냐고요!!!
각설하고, 옆의 음침한 짤은 K양의 '먹고 싶은 한국 음식 리스트'에 올라 있던 보쌈인데....저 빈약한 양에서도 절반을 남겼다.ㅠㅠ K양이 완전 소식가였던지라... 해물탕부터 시작해서 보쌈이나 김밥 등등 너무 적은 양을 먹어서 놀랐는데 K양은 밥 배와 간식 배가 따로 있는 나와 친구1,2를 보며 오히려 놀라하더라는...;; 그러면서 본인은 많이 먹었다고 막...-_-;; 여튼 춥고 피곤하지만 않았다면 근처 원할머니 보쌈에 직접 가서 먹고 싶었지만 귀찮아서 시켰더니만 호텔이랑 연계된 보쌈집이라 가격에 비해 양도 적고 전혀 맘에 안 들었다. 허나 K양은 저 맛없는 보쌈도 연신 맛있다고 해줬다는..ㅠㅠㅠㅠ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정말 환상적인 맛의 보쌈을 맛보게 해줄께효~ 참참... 해물탕 먹을 때랑 보쌈 먹을 때 나온 굴을 보면서 또 예전에 굴 먹고 알러지 때문에 입원했었던 토요에츠 얘기를 했다능... 파슨질에 충실한 아름다운 우리~!
펜션형 룸으로 시설은 나름 만족스러웠던 호텔. 아쉬웠던 건 월풀욕조에서 거품 목욕을 하고 싶었는데 못해서...ㅠㅠ 전날 빨빨거리고 돌아다녀서 컨디션도 별로 안 좋고, 그냥 자고 싶어서 생각보다 일찍(새벽 1시쯤) 호텔을 나왔었다. K양은 자고 가라고 했으나... 내가 꼴에 은근 잠자리를 가리는 예민한 성격이라...하하;; 다음에 또 가게 된다면 꼭 거품 목욕 해야지... 근데 누구랑 가지?? 응??
K양이 샤워할 때 찍었던 그녀의 오미야게! 애처가 팜플렛+향초, 토요에츠 DVD 카피, 나가사키 카스텔라, 쿠키 등등. 애처가를 6번이나 본 K양이 애처가 팜플렛과 향초를 구입한 거 보고 관심을 보였더니만 센스만땅 K양답게 구입해주었다. :) (카메라가 무거워서 안 들고 간지라 즈질스런 화질의 폰카짤밖에 없어서 아쉽;;)
팜플렛 속 토요에츠 소개 페이지 사진이 너무 멋지게 나와서...하앍하앍!
해물탕집에서 이걸 펴보고 둘이 각꼬이~~해대니까 일반인 친구2가 오타쿠 같다며 핀잔을 줬다는...흐흐;; 사실 오프라인 친구 중에서 이 블로그를 아는 친구는 2명뿐이고 그동안의 경험으로 웬만해선 내가 온과 오프를 구별해서 철저히 일코를 하기 때문에 사적인 친구들은 내가 이 정도로 덕질을 하는지 잘... 모...모른다능;;
K양에게 어떤 선물을 하면 좋을까 고심하다가 결정했던 포토앨범! 별거 아니었는데 기뻐해 줘서 나도 덩달아 좋았다. 내 몫으로도 포토앨범을 만들어서 보관 중. 지갑용 사진도 현재 내 지갑 한 켠에서 늘 나와 함께하고 있다능...ㅋㅋㅋ 이 외에 사진을 찍지는 않았지만 K양이 부탁했던 물품을 오미야게로~
같이 올나잇을 못 했고, 함께 만났던 친구들이 나 역시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이라 K양을 가운데 두고 너무 우리끼리 수다를 떨었던 것 같았고, 다음날 공항 배웅을 약속해 놓고는 호텔에 30분 늦게 도착한데다 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까지의 험난했던 과정들 때문에 이래저래 아쉽고 미안했는데 K양이 고맙고 즐거웠다고 해줘서 감동... ㅠ_ㅠ
솔까 내가 차 공포증이 좀 심한지라 면허는 딸 생각조차 안 했었는데, 이번에 비행기 보딩 시간을 대략 1시간 남겨놓고 공항 리무진 버스 소동을 겪고 보니 운전면허에 대한 간절함이 좀 크게 다가왔었다. 그래서 조만간 면허 시험을 볼까 생각 중... 그래도 여전히 차가 무섭다능... 심야버스를 타면 도착할 때까지 5시간을 한숨도 못 잘 정도로 유독 차에 대한 정신병적인 공포가 나한텐 있다. 흐흙;; 면허 따서 직접 운전대를 잡으면 좀 나아지려나??
아무튼
'토요카와 에츠시'라는 배우를 통해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게 됐고, 그 친구와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직접 만나 뜻깊은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즐거웠다. 좋은 인연을 맺게 해준 토요에츠님에게 정말 감샤감샤...글고 아직 확실한 날짜를 정하진 않았지만 다음엔 일본에서 갖게 될 우리의
두 번째 토요에츠 나이트도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그 유명한 후쿠사야의 카스테라!
나가사키 카스테라는 너무 유명해서 레시피 보고 직접 만들어 먹기도 했었는데
역시 이 맛은 절대로 감히 흉내 낼 수가 없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K양!
(+)(+)
그냥 찍었던 연아 자서전이 있길래...
내일도 날아오르자, 연아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