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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토요카와 에츠시 이야기로 되돌아가서 8월에는 대작 [일본침몰]의 공개가 대기 중이다. 이 영화는 지금부터 33년 전에 만들어져 흥행수입 40억엔을 벌어들인 대히트 작을 히구치 신지감독이 리메이크한 작품. 토요카와 에츠시는 전작에서 고바야시 케이쥬(小林桂樹)가 연기한 일본의 침몰을 예지하는 학자, 타도코로 유스케 박사로 분하고 있다.
역명은 답습하고 있습니다만, 설정이나 인물이 이번엔 상당히 다릅니다. 일본이 침몰하는 메커니즘도 30년 전의 이론과는 전혀 다르거든요. 이 영화에서는 지구온난화에 의해 일본을 지탱하는 플레이트가 움직이는 겁니다. 온난화가 가장 큰 원인이 되는 것이죠. 타도코로박사를 연기하기 위해 동대에 가서 이론 강의를 받았는데 굉장히 어려워서 전혀 이해할 수 없었어요.(웃음) 다만 강의해주셨던 분이 매우 개성적이어서 그 인물상은 연기할 때 참고했습니다.
이전 타도코로박사는 다소 매드 사이언티스트적인 요소가 포함된 인물이었다. 이번에도 그런 부분이 있을까?
쿠사나기 츠요시군이 연기한 주인공은 감정을 훨씬 억제하는 캐릭터라서 나는 그것과 정반대인 전부감정을 드러낸다는 것을 대비시켜 했습니다. 때문에 그러한 부분도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이번엔 연기하기에 앞서 전작을 보고 수정하는 것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 부분은 매 회 감독과 상담했어요. [부드러운 생활]에서도 히로키씨에게 ‘원작을 읽는 편이 좋습니까?’라고 물으면 ‘별로 상관없지 않나요?’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에 읽지 않았었고, 이런 리메이크의 경우에도 오리지널을 볼지 어떨지는 감독의 판단에 맡깁니다. [일본침몰]은 히구치 감독이 ‘어느 쪽이라도 괜찮아요.’라고 하셨기 때문에 보지 않았습니다. 실제 오리지널 판을 본다고 해서 거기에 좌우되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저에게 있어 중요한 건 이번에 촬영하는 시나리오입니다.
특수촬영감독에서 작년 [로렐라이]로 장편영화감독으로 본격적인 데뷔를 한 히구치 감독의 연출에 어떤 인상을 가진 걸까?
히구치씨와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현장은 재밌었어요. 연출은 시선이나 움직임의 타이밍에 관해서 매우 섬세했어요. 사물에는 매니악하게 배우에게는 세심한 스타일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매 씬 그림콘티가 나오고 그 이미지에 접근해가려고 했는데, 본인의 지론을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내 쪽에서 ‘왜 이렇게 움직입니까?’라고 물으면 그 때 인물의 감정을 또박또박 설명하는 준비를 해준 감독이었습니다. 때문에 모든 면에서 치밀한 인상을 받았어요. 이번 작품은 히구치 감독 염원의 기획이란 점에서 완성이 매우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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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1편, 여름에 공개가 예정되고 있는 작품에 이상일 감독의 [훌라걸스]가 있다. 이 작품은 후쿠시마현에 있는 현재의 스파 리조트 ‘하와이안즈’, 한때의 조반(常磐) 하와이안센터가 탄생하기까지를 그린 웃음과 눈물의 오락영화. 지금부터 40년 전, 폐쇄에 몰린 탄광 마을이 온천 테마리조트로 재탄생해가는 모습을 비추고 있다. 여기서 토요카와 에츠시가 연기하는 건 일자리를 잃는 광부 타니카와 요지로 역할.
이감독 생각 속에는 마을의 재탄생이란 것이 큰 기둥으로 있지만 가족이란 게 키워드 같았습니다. 내 여동생역이 하와이안 센터에서 훌라걸이 되는 아오이 유우짱입니다만, 후지 준코씨가 연기하는 어머니가 반대하고 있고 저는 그 가족의 장남으로 두 사람 사이에 끼어있습니다. 캐릭터적으로는 탄광을 계속해서 지킬 배짱도 없으면서 말만은 야무진 확실히 하지 않는 남자로 [부드러운 생활]의 요이치와 통하는 인물입니다.
이감독에게는 젊으면서도 매우 뜨거운 에너지를 현장에서 느꼈다고 한다.
최근엔 모니터를 보고 연출하는 감독이 많습니다만, 이감독은 현장에서 카메라 사이드에 진을 치고 절대로 직접(생으로) 연기를 보려고 합니다. 이쪽에서 연기를 하면 꽂힐 정도로 감독의 시선이 느껴졌습니다. 정말 세밀하게 연기를 보고 있었어요. 제가 ‘지금 좀 틀린 건가’라고 느낄 때에는 반드시 감독이 그것을 꿰뚫고 ‘한 번 더’라고 말해왔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서도 향후가 기대되는 감독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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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에 공개예정인 쿠로사와 기요시 감독 대망의 대작 [LOFTロフト]. 이 영화는 슬럼프로 인해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린 여성 작가가 현실과 망상의 틈새에서 방황하는 작품. 대부분이 주인공 작가를 연기한 나카타니 미키와 토요카와 에츠시 두 사람의 연기로 점철된 영화인 듯하다.
찍은 건 [부드러운 생활] 전 이예요. 쿠로사와씨의 독특한 세계관이 재밌었습니다. 시나리오를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는 게 있어서 감독 본인이 책(시나리오)을 썼기 때문에 물어봤어요. 그랬더니 ‘쓰고 있었을 때에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좀.....’이라고 대답을 해서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읽을 수 없는 느낌의 분이었습니다.(웃음) 완성된 영화를 봤습니다만 현장에서의 의문을 거기서 바로 이해했느냐고 묻는다면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해요.(웃음) 그건 나쁜 의미가 아니라 최근에는 제 연기를 본 다기 보단 영화가 저에게 있어 재밌는지 어떤지가 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의미로 저는 재밌었습니다. 하나의 기준으로 시나리오가 재밌으면 완성된 작품이 시나리오보다 더 재미있다. 라는 게 저에겐 중요한데요, 이번에는 그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렇게 차차 영화현장을 거친 후 현재는 오래간만의 연속 TV 드라마 [쓰레기 변호사]에 출연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동명의 만화원작에 그가 연기하는 외형이나 행동은 실없고 무책임한 변호사 쿠즈와 이토 히데아키가 분한 정의감에 불타는 신참 변호사가 콤비를 이뤄 재판에 승리해가는 코미컬한 법정극.
쿠즈의 뺨을 붉게 하거나 얼굴에 반창고를 붙이고 있는 것은 원작대로입니다만, 머리카락을 뽀글뽀글하게 한 건 우리 쪽 아이디어예요. 역시 콤비란 두 사람의 캐릭터 차이를 어떻게 드러낼지가 생명선이기 때문에 그 부분은 시행착오해가며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연속 드라마를 한다면 영화에서는 할 수 없는 것을 하자란 것도 있고, 기본적으로는 TV 프로그램이니까 봐서 싫은 사람도 있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서 빈틈없이 모험할 생각으로 매 회 만들고 있습니다. 법정극 캐릭터이기 때문에 거기에 무언가를 가감하는 건 매우 어려워서 헤매는 걸 덮어두고 우선 나 자신이 즐겨가며 현장에 임하고 있습니다.
그가 이런 코미컬한 캐릭터를 TV 드라마에서 연기하는 건 얼마 전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이전이었다면 처음부터 나에겐 오지 않았을 역이죠. 하지만 이런 캐스팅을 해주신 건 요 몇 년간의 일에 의해 주변에서 보는 쪽도 납득시킬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첫 감독들과 한 가지 방향성에 얽매이지 않는 역할과 영화의 일. 그것이 토요카와 에츠시란 배우의 폭을 넓히고 있는 것 같다. 올해도 사카모토 준지감독의 [다마모에]를 시작으로 이제부터 영화 현장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그가 다음 작품에서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지금부터 매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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