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약속(失われた約束) 감독: 원 타카시(源孝志) 출연: 토요카와 에츠시, 구로키 히토미, 히로스에 료코
시노하라 준이치(쿠미자네 코지) - 토요카와 에츠시 8년전 한신대지진 참사를 당해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도예가. 지금은 교외에서 자신을 구해줬던 아야코 도예를 하는 아야코의 부친과 함께 살고있다.
타카무라 마유미(쿠미자네 마유미) - 구로키 히토미 도쿄의 대학 산부인과의로 근무하며 8년전 한신대지진 참사에서 남편을 잃은 슬픔이 있다. 남편을 잃은지 7년만에 재혼을 하지만 우연히 쿄토에 갔다가 죽은 남편과 흡사한 남성(준이치)을 발견하고 동요한다.
시노하라 아야코 - 히로스에 료코 8년전 한신대지진에서 중상을 입을뻔했던 아야코는 대피하던 중 불길속에 쓰러져 있던 코지(준이치)를 발견하고 그를 구해준다. 그리고 지극정성으로 그를 간호하며 그와 결혼한다. 하지만 옛아내가 나타나면서 불안해하는 말못할 비밀이 있다.
아내란 드라마를 챙겨보진 않았지만 잃어버린 약속과 인물의 관계도나 설정이 비슷하다는건 인정한다. 하지만 후지TV에서 공식적으로 표절이란 발표를 하지 않았고(그럴리도 없겠지만;;), 설정이 비슷하거나 인물의 구성이 비슷한 드라마는 얼마든지 있고, 일본쪽에선 책이 원작이며 소피아 로렌이 주연을 맡았던 '해바라기'란 영화에서 모티브를 따왔다고 하니까 난 굳이 표절이라고 말하고 싶진 않다. 게다가 단편인 잃어버린 약속과 장편이었던 아내를 비교하기 애매하지만 잃어버린 약속은 설정이 비슷했다 하더라도 접근방식이 전혀 다른 새로운 느낌의 드라마였다.
8년만에 옛아내와 재회한 준이치는 전혀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녀에게서 묘한 친근함을 느낀다.
- 옛날에 어디선가 당신을 만난듯한 느낌이 들어요. 언젠가 누군가가 나 자신도 모르는 과거를 알려주지 않을까 하고 8년동안 마음속으로 생각해왔습니다. 당신은 어쩌면..... - 기억이 안나신다면 의미가 없잖아요. 혹시 당신이 내 애인이었거나 남편이었더라도... 사랑했던 기억이 없다면 단지 타인일테죠...
8년전 불길속에서 자신의 손목을 잡던 준이치를 구한 아야코는 기억을 잃어버린 그에게 동정과 연민을 느끼고 급기야 사랑에 빠져 그를 소유하려 한다. 그래서 그녀는 그가 모든 기억을 되살리지 못하도록 그의 옛물건들을 숨겨두고 그와 결혼을 한 뒤 8년동안 준이치의 아내로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간다. 하지만 갑작스런 옛 아내의 등장으로 크게 동요하고 마유미를 찾아가 모든 사실을 고백한다.
마유미와 하룻밤을 보내며 자신이 마유미의 남편이었던 사실을 기억해낸 준이치는 집으로 돌아와 아야코의 아버지가 꺼내놓은 8년전 자신의 물건들을 보게된다. 잃어버린줄 알았던 8년전 과거, 자신의 물건들... 모든 게 자신의 잘못이라며 아야코를 책망하지 말아달라는 아버지에게 준이치는 자신의 과거를 버린건 바로 자신이라며 누구의 책임도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나온 8년간 자신의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며 방황한다. 그리고 다시 기억을 되돌리기 위해 고베로 찾아가지만 그가 기억해낼 수 있는 건 오로지 아야코와 행복하게 지냈던 8년간의 기억뿐이다.
- 생각해봐야 소용없습니다. 옛날 일은 아무 것도.... 잃어버린 건 포기했습니다. 8년동안 나는 많이 행복했었으니까요..
잃어버린 8년전의 기억보다 행복했던 8년동안의 기억이 더 소중하다고 느낀 준이치는 결국 아야코에게 돌아가고 마유미는 준이치를 위해 편지 한 통을 남기고 도쿄로 돌아간다.
- 아야코, 네가 태어나 눈을떠서 처음본걸 기억하니? - 에--그런걸 어떻게 기억해....? - 나는 기억한다. 너의 얼굴이야....그래서 난 내 과거를 몰라도 좋다고 생각한거야. 8년전에 난 한번 죽고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아기처럼 다시 태어났다고 생각해. 그때 네가 나를 보고 있었고..... 날 만든건 너야.
1시간 30분짜리 단편 드라마인 잃어버린 약속은 드라마라기보단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 그리고 엔딩의 여운 때문에 한편의 영화를 본 기분이었다. 특히 마지막 엔딩씬에서 토요카와 에츠시와 구로키 히토미의 눈물연기는 압권이었다.
8년전 고베로 출장을 가던 남편에게 고베의 [몬로와르] 초콜릿의 맛을 잊지 못한다며 [몬로와르]에서 초콜릿을 사오라고 부탁했던 마유미. 후회할 것 같다며 마유미를 한번 만나고 오라던 아야코의 말에 준이치는 8년전 자신의 다이어리에서 [몬로와르]란 글귀를 발견하고 [몬로와르]에서 초콜릿을 산뒤에 도쿄로 가지만 약속시간을 계속 넘기던 마유미는 마지막 전차시간이 되어서 준이치가 떠나려는 순간 나타나고 그런 마유미에게 준이치는 그제서야 비로소 8년전 그녀에게 했던 잃어버린 약속을 지키게 된다. 그리고 전차에 올라탄 준이치와 역에 남아있는 마유미가 서로를 바라보며 가슴 아푼 눈물을 흘리는데..... 연기력 있는 두 배우의 몰입된 연기를 보며 나도 많이 따라울었더랬다.
특히 남자의 눈물에 몹시도 약한 나로선 너무 격하게 눈물을 흘리는 토요에츠의 모습을 보면서 몸둘바를 몰랐다.; 그리고 솔직히 얼굴이 일그러질정도로 감정이 이입되서 우는 모습이 8년전 '사랑한다고 말해줘'에서 너무 가슴이 아픈 나머지 또로록 흘리는 예쁜 눈물과 대비되서 조금 깼다..하핫; 그래두 멋졌다..
8년후 '잃어버린 약속(03)'에서 시노하라 준이치(쿠미자네 코지)의 눈물 8년전 '사랑한다고 말해줘(95)'에서 사카키 코지의 눈물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촬영된 드라마라 화면 가득한 벚꽃이 너무 아름다웠고, 그에 못지않게 드라마 자체도 너무 아름다웠다. 그리고 묘한 여운이 남는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덧붙임:) 오랜만에 토요에츠의 드라마를 볼 수 있어서 까무러칠만큼 좋았다. 게다가 불혹의 나이에도 너무나 잘어울리던 청바지와 그의 길고 가는 다리는...정말 엄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는;;
그리고 구로키 히토미와 토요에츠의 베드신(?)도 애절하면서 너무 아름다웠다.
- 2003.09.23
♧ 바람님이 '잃어버린 약속' 말씀을 하셔서 예전 홈피에 끄적거렸던거 다시 가져옴. 사실 우는 모습 캡쳐를 찾고 싶었던거였음.. 하앍하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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